[장창영 칼럼] 감언(甘言)을 사고, 이설(利說)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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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영 칼럼] 감언(甘言)을 사고, 이설(利說)을 팝니다
  • 장창영
  • 승인 2020.07.0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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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선무당은 '서툴고 미숙하여 굿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무당'을 뜻하는데, 속담은 스스로는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능력이 부족하여 도움이 안 될뿐더러 오히려 큰일을 저지른다는 뜻이다.

선무당은 보통 상황이 어려울 때 등장한다.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이 필요할 때 굿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선무당이 등장할 적재적소에 있다.

▲선무당 일러스트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선무당 일러스트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꿈과 희망이 가득한 우리나라는 어느새 지옥으로 포장된 헬조선이 되었고, 우리 앞에는 꽃길이 아닌 불꽃길이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의 입에서는 나이, 직업을 불문하고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특히 청년들은 이전 세대보다 상향된 스펙들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막상 취업전선에 나가면 그 말은 빛을 바랜다. 지난 5월 기준 청년실업률(e-나라지표 기준)은 42.6만명이다.

아무리 자본주의에서는 경쟁이 미덕이라지만, 점점 과열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에서 사람들이 지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입에 달며 사는 것도 그 이유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굿을 하려면 무당을 불러야지 선무당을 부르면 안 된다.

그러나 상황이 어려운 틈을 타, 도처에는 선무당들이 나타났다. 나타난 선무당들은 말 그대로 ‘스스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들의 말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것도 아닐뿐더러 현실적인 대책이나 대안 따위는 없다.

그러나 ‘죽고 싶다’라는 극단적 표현과, ‘애쓰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와 같은 달콤한 표현으로 그것들은 감춘다. 그저 주관적인 생각에 입각하여 사람들에게 ‘오늘 쉬어도’ 괜찮고 ‘눈치 보지 말라’고 권한다. 우리의 일상적 상식에서 벗어난 자극적인 말들로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이미 ‘퇴사’했거나 ‘쉬어가고’ 있고, ‘하고 싶은 일’이나 ‘여행’을 할 것이라 말한다. 그렇게 그들은 자유를 가진 ‘자유인’이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속박과 굴레에 갇힌 ‘노예’가 된다.

그런데 그들이 가진 것은 ‘자유’가 아니다. 그저 ‘도피’일 뿐이다. 그들은 이 순간에서 벗어난 것, 딱 그 정도다. 그렇기에 자유라는 숭고한 이름보다, 도피가 썩 적절해 보인다.

그들이 주장하는 자유는 ‘시한부’일 뿐이다. 우리는 부자가 아닌 이상 돈을 필요로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들이 생각하는 속박과 굴레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자유인’이 아닌 ‘도피자’다. 그리고 동시에 도피할수록, 전보다 더 힘든 현실을 마주할 도피자가 될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간단하게 수험생 시절로 돌아가 봐도 좋다. 단지 공부가 싫어서 그 순간을 피한 학생들은 어떻게 됐는가? 물론 그간 꿈을 찾고 잘 풀린 케이스도 있다만, 대다수는 후회를 한 것 같다. 어차피 대학교에 진학한다는 목표가 있다면 어차피 수능은 피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자유를 얻은 자유인이 아닌, 순간을 피한 도피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는 게 힘든 건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모두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삶을 유지하고 이어나가는 게 어떻게 안 힘들 수가 있는가? 식물이 광합성을 하고 동물이 풀을 뜯고 사냥을 하듯, 그에 상응하여 인간도 무언가를 배우고 일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자연의 법칙이고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다. 당장 눈앞의 힘든 일에서 도피하더라도, 결국은 다른 형태의 무언가가 기다릴 것이고 법칙을 거스른 만큼 금전적 혹은 지적 도태도 있을 것이다.

선무당은 이것들을 감추기 위한 예시로 ‘마라톤’을 든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그러므로 인생은 장기전이고 급하게 달리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옳은 말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시작’의 중요성은 언급하지 않는다.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종주하기 위해서는 급하게 달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과 체력이 충분한 초반에 열심히 뛰는 것도 중요하다. 초반에 열심히 뛴다면, 그만큼 후반에 뛸 부담이 줄어들고, 그보다 더 열심히 뛴다면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생도 초반에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에 따라, 남은 인생이 크게 좌우된다. 그러나 선무당은 이 점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들도 분명 도피의 끝에는 자유가 없음을 알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유를 가장한 도피를 권한다. 이는 우리가 감언(甘言)을 사며 자유로부터 멀어질수록, 그들은 이설(利說)을 팔며 자유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라 짐작해본다.

장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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