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예 칼럼] 나 다시 꼰대로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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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예 칼럼] 나 다시 꼰대로 돌아갈래!
  • 박지예
  • 승인 2020.07.0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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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꼰대가 되는가?

‘나 때는 말이야’

인터넷이나 텔레비전에서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일 것이다. 자신보다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권위적이고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사람들을 희화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행어다. 정확히 따지면 실제로 사용되던 말이었으니 딱히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시켜 강요하며 시대착오적인 설교를 하는 짓을 우리는 일명 ‘꼰대질’이라고 부른다.

▲신조어 ‘라떼는 말이야(Latte is horse)’ (사진=삼성생명 유튜브 캡처)
▲신조어 ‘라떼는 말이야(Latte is horse)’ (사진=삼성생명 유튜브 캡처)

꼰대질을 하는 이유는 시대에 따라 다르게 살아온 것도 원인일 수 있으며 지위가 높아지거나 나이가 많아지면서 과거의 비극과 고통을 바탕 삼아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라는 식의 불행한 자신의 과거사와 인생사에 대한 응어리와 앙금을 외부나 아랫사람에게 전파하며 면박을 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일상적으로 만연해 있던 이러한 꼰대질이 최근 들어 자기검열의 반열 중 하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꼰대질이 희화화되기 시작하면서 꼰대질을 하는 사람은 보수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꼰대가 되기 싫은 사람들, 즉 아직까지는 신세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쿨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혹여 꼰대로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에 다시 한번 자신이 했던 말을 되새겨 보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와 같은 현상으로 사람들은 세대 간의 갈등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예상외의 일이 벌어졌다. 꼰대와 예의 사이의 경계선이 희미해져 가는 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특히 사회생활에서 둘 사이의 경계선은 더욱더 애매해졌다. 나에게는 예의인 행동이지만 누군가가 보기에는 꼰대질이고, 나에게는 꼰대질인 행동이지만 누군가가 보기에는 기본예의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의 없는 행동을 지적하는 사람을 향해 꼰대라 칭하며 자신이 잘못한 게 아니라는 식의 자기합리화를 한다거나, 누가 봐도 확실한 꼰대질인데 오히려 상대가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도리어 지적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처럼 기본 예의범절과 꼰대질의 기준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 주관적이며 모호하다.

일반적으로 꼰대가 주는 이미지는 보수적인 기성세대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시킨다는 점에서 본다면 꼭 나이가 많은 사람들만이 꼰대질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젊은 꼰대’라는 단어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필자는 이 말이 생겨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위에 언급했던 꼰대질과 예의의 모호한 경계선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야근, 회식을 당연시하거나 직원의 사생활에 참견하는 등 전형적인 꼰대 문화들에 대부분의 사람이 반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 예의를 언급해도 꼰대 소리를 듣는다거나 기본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면서도 스스로가 진상인지 아닌지를 검열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꼰대질과 예의 사이를 구분하기 힘들어지면서 '이럴 거면 차라리 꼰대가 되고 말지'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본인의 행동을 곱씹으며 내가 아까 했던 행동이 혹시 꼰대질이었을까? 하는 의문과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고, 그에 끝없는 자기검열을 하며 지쳐가는 것이다.

또한 꼰대질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사람 간의 기본적인 예의를 져버리는 행동에 꼰대질을 말 그대로 ‘극혐’했던 그들은 기준이 혼미해지는 사회에 환멸을 느껴 스스로 꼰대가 되는 것을 택했다. 꼰대질을 혐오하던 이들이 예의가 사라져가는 사회에 혐오감을 느껴 스스로가 꼰대의 탈을 쓰게 되는 이 웃픈 현상은 예의와 꼰대질의 구분이 확실해지지 않는 이상 어쩌면 앞으로도 영영 우리가 꼰대 문화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박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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