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칼럼] 언택트 시대에서 살아남기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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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칼럼] 언택트 시대에서 살아남기 〈#살아있다〉
  • 김태호
  • 승인 2020.07.0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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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

이 글은 영화 〈#살아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다〉는 영화 시작 전에 시작한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살아있다〉 디제시스 출발점이 영화 상영 이전이라는 뜻이다. 처음 유아인 배우가 〈#살아있다〉의 주인공 오준우(유아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을 때는 단순 홍보 일환이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장만월(이지은)처럼 배역을 분한 배우가 캐릭터 컨셉을 그대로 이어가는 방식으로 말이다. 촬영 현장 스틸컷을 업로드하며 영화 속 오준우의 대사를 곁들인 인스타그램은 배우 유아인의 후광을 뒤 입어 한 명에게라도 영화 개봉 소식을 알리려는 홍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긴 코로나 시국에 관객 한 명이 아쉬우니까.

오준우 인스타그램의 존재 목적은 영화 초반부에 드러난다. 오준우는 좀비가 창궐한 아파트 단지에 고립되자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포스팅으로 생존 소식을 알린다. 영화 개봉 전 인스타그램에서 접한 그의 게시물은 ‘#살아남아야한다’ 해시태그를 붙여 올린 주인공의 구조 신호였던 것이다. 관객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 세계와 현실을 모사한 영화 속 세계는 인스타그램이라는 가상 이미지 집합소에서 맞닿는다.

영화 〈#살아있다〉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살아있다〉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러한 〈#살아있다〉의 확장은 언택트 시대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기술 발달과 보편화에 인하는 총체적인 사회적 영향)으로 시작되고 코로나19가 가속한 언택트 바람에서 영화 매체는 관객과 만나는 새로운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온라인 서비스에 의존한 공개 방식이 주된 쟁점으로 보인다. 〈사냥의 시간〉(윤성현, 2020)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하거나 〈국도극장〉(전지희, 2018)이 극장과 IPTV VOD 동시 공개를 감행한 사례처럼 말이다. 아쉬운 점은 이 같은 사례가 영화 개봉 방식에만 국한된 고민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더 기술하자면 배급과 산업 측면의 고민만 묻어날 뿐, 디지털/온라인 기술의 편익을 이용해 영화 텍스트 자체를 확장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반면 〈#살아있다〉는 영리하게 영화의 세계를 확장하고 그 속으로 관객(과 잠재 관객까지)을 포섭한다. 오준우 인스타그램의 마케팅 성과 여부는 일단 차치하자. 중요한 것은 이 가상 계정이 영화 관람 전-스토리 초반-스토리 결말까지 디제시스와 디제시스 바깥 현실을 관통하여 존속한다는 사실이다.

영화 〈#살아있다〉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살아있다〉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존하는 매체에 의탁한 허구 세계 이미지 생산은 영화 내외를 구분 짓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야금야금 허문다. ‘비대면’과 ‘재택’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현재, 〈#살아있다〉는 언택트 방식으로도 영화와 관객이 동일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영화 중반, 오준우는 김유빈(박신혜)을 만나 외로운 고투를 벗고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다. 두 주인공은 몸을 부딪치며 좀비들과 맞서는데 결말에 이르러 오준우의 생존 포스팅 덕분에 이들은 구조를 받는다.

언택트 시대 파랑의 한가운데, 〈#살아있다〉는 작게는 영화 속 주인공의 살아남기를, 크게는 영화의 발전 방향을 말한다. 스토리와 영화 구조, 재미에 대한 평을 떠나 〈#살아있다〉가 품은 시의성은 영화 안팎을 넘나들며 공진한다. 마치 오준우 인스타그램 (@alive_junwoo)이 그랬듯이.

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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