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칼럼] 우울증도 마스크로 가려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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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칼럼] 우울증도 마스크로 가려지나요?
  • 김수현
  • 승인 2020.07.0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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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2020년 신종 우울증 '코로나블루'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류는 또 한 번의 큰 위기를 겪게됐다. 단순 유행 독감으로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번져갔고, 지난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펜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발견된 지 단 4개월 만에 코로나19는 인류의 건강 위로 군림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월경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으며, 비말감염을 막고자 국민들은 마스크를 경쟁적으로 구입하기 시작했다.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은 의무화됐으며, 정부에서는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강하게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컨셉아트 (사진=DB)
▲코로나19 컨셉아트 (사진=DB)

누구도 상상치 못한 전염병의 창궐은 2020년의 절반을 앗아갔고, 무기한으로 연장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사회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많은 번화가로 외출하는 일도 드물어졌으며, 그마저도 마스크를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한다.

외출을 금기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사람들은 더욱 집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기존에 누려왔던 취미생활은 물론이거니와 사람과의 만남 자체가 귀해지면서 우리 사회는 점차 소원해지고 시들어갔다.

코로나로 인해 지쳐가는 사회는 모두가 실감하고 있었다. 급기야 우리는 코로나와 우울(blue)을 합성하여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지난 4월에 실시했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성과 여성 중에 54.7%가 코로나블루를 경험한 바 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블루의 계기로는 ‘외출 자제로 인한 답답함’이 단연 1위로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구직자의 경우에는 ‘채용 연기 및 중단으로 인한 불안감’이 가장 높았다. 코로나는 뱃길, 하늘길을 막으면서 청년들의 취업길마저 좁혀버렸고, 취준생들의 한숨은 짙어져 갔다.

코로나블루의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는 무기력증이다. 대부분 우울증의 시작이 그러하듯 코로나블루도 지독한 무기력증을 낳았다. 학교 가지 않는 학생들, 출근하지 못하는 직장인들, 시험이 미루어진 수험생들, 채용이 취소된 취준생들. 우리는 저마다의 이유로 일상에서 멀어졌고, 일상에서의 탈선은 의욕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우울증 관련 컨셉아트 (사진=DB)
▲우울증 관련 컨셉아트 (사진=DB)

‘어차피 코로나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도 없어’를 반복적으로 외우면서, 혼란스러운 사회를 변명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가 일상의 많은 부분을 망쳐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우리는 변명 뒤에 숨어서만은 안될 일이다.

무기력증의 이면에는 불안이 숨어있다.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내가 코로나에 걸린다면. 일자리가 영영 생기지 않는다면. 학교에 가지 않아 학업성적이 떨어진다면. IF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가정들이 불안을 초래한다.

고립은 이러한 불안을 심화시킨다. 우리는 방안에서 같은 생각을 한없이 곱씹으며 이불을 끌어안는다. 낮과 밤을 구별하지 않으며, 휴대폰 알람은 외면한 채 세상과 다른 시간을 산다. 일상 아닌 일상을 지속하며 코로나블루의 수순을 밟는다.

코로나블루는 실재한다. 현재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 사태를 두고 다양한 사이버 처방을 내린다. 그들은 규칙적인 생활과 온라인을 통한 주변인들과 꾸준한 교류를 처방한다. 진부하지만 확실한 방안이다.

어떤 이는 목표를 세우는 것을 권장했다. 외국어 공부나 운동과 같은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실천해나가는 것이다. 사회구조 속에서 지켜지던 루틴을 이제는 직접 만들어나가면서 우리는 우울감을 잊을 수 있다.

▲사회구조 속에서 지켜지던 루틴을 이제는 직접 만들어나가면서 우리는 우울감을 잊을 수 있다. (사진=DB)
▲사회구조 속에서 지켜지던 루틴을 이제는 직접 만들어나가면서 우리는 우울감을 잊을 수 있다. (사진=DB)

다행히 우리나라 정부도 코로나블루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미 확진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확진자가 아니어도 여러 지자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설하고 있다.

예시로,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마음터치 그린블루’라는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설사 경제적 여건이 좋지 못하더라도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어 누구든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아가면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은 생각보다 쉽게, 그리고 자주 찾아온다. 감기가 그러하듯 누군가는 우울증인지도 모르고 지나갈 수도, 누군가는 밤마다 끙끙 앓을 수도 있는 그런 병이다. 그렇다고 코로나처럼 약국에서 파는 공적 마스크로 예방할 수 있는 병인가 하고 묻는다면 그것은 또 아니다. 코로나블루는 혼자 부딪히고 이겨내야 하는 병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행인 가운데 몇몇은 분명 하얀 마스크 아래로 우울을 겪고 있다. 마스크로 감추려 하지만 우울의 본질은 두꺼운 천으로 가릴 수 없는 것이다. 스스로 우울을 몰아내고 반짝 빛나길 준비하는 그들에게 우리는 유일한 소통의 창구인 따뜻한 눈빛으로나마 그들을 살피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 전염병이 사람을 갈라놓는 시대에서 먼발치에서나마 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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