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서 칼럼]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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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서 칼럼]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
  • 최재서
  • 승인 2020.07.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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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회 내 구타 문화와 스포츠협회의 폐쇄성

2020년 6월 26일, 대한민국 국가대표 출신 트라이애슬론 선수 故 최숙현 선수가 사망했다. 그녀는 자살 직전 그녀의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22살의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현재 파악된 가해자는 감독, 선배 운동선수 그리고 팀 닥터로 이들은 고 최숙현 선수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에게도 여러 차례 구타와 가혹행위 등을 했다는 증언들이 있는 상태이다.

현재 언론에 밝혀진 녹취록과 동료 선수들의 증언에 의하면 팀 닥터는 선수들에게 치료비와 훈련비를 명목으로 장기간 돈을 갈취했고, 체중을 줄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거나 빵을 20만 원어치 구매하여 구토할 때까지 먹이는 등 인간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가혹행위들을 저질렀다고 한다.

▲고(故) 최숙현 선수의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News1 제공)
▲고(故) 최숙현 선수의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News1 제공)

이러한 체육계의 폭력과 가혹행위는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구타 문화가 일상화되어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왔고 큰 이슈로 다뤄진 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고질적인 악습이 체육계를 비롯한 우리 한국 사회 내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한국에서의 구타 문화는 폭력적인 병영문화로 인해 만들어졌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오랫동안 징병제를 실시해왔다. 한국 내 대부분의 남성은 군대를 다녀왔고 여성들도 주변 남성들이 모두 군대와 관련된 경험이 있기에, 대한민국은 군대 문화 자체가 다른 나라보다 익숙하다.

군대 문화의 가장 근본이 되는 두 가지는 위계서열과 명령 복종이라 볼 수 있다. 전시상황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명하복의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상급자와 하급자를 구분하는 서열화, 상급자의 명령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행동들이 중요하다는 개념들이 군대 문화의 밑바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군대 문화의 가장 근본이 되는 두 가지는 위계서열과 명령 복종이라 볼 수 있다. (사진=DB)
▲군대 문화의 가장 근본이 되는 두 가지는 위계서열과 명령 복종이라 볼 수 있다. (사진=DB)

그러나 이러한 상명하복의 군대 문화가 두 가지 경우 문제가 된다. 첫 번째는 다른 사회, 집단에도 이 문화를 적용시키려고 할 경우이다. 군대는 평화를 유지하고, 국가를 수호하고자 하는 신념 아래에서 집단의 가치를 위한 개인의 가치가 어느 정도 무시될 수 있는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그렇기에 상명하복의 체계가 있는 것도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지만, 군대 문화가 전이된 다른 집단이 군대와 똑같은 시스템상 맥락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두 번째는 상명하복의 문화가 폭력, 가혹행위의 형태로 변질될 경우이다. 구타 문화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 사회 내 전반적으로 퍼져 있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구타가 어느 정도 필요악으로 보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 개개인의 권리, 상호 존중의 문화가 발달하면서 구타가 엄연히 범죄라는 것이 인식되고 있지만, 여전히 구세대, 특히 체육계에서 구타는 전체 집단을 위해 용인될 수 있는 필요악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더욱 큰 문제는 구타는 대물림된다는 것이다. 맞고 자란 아이가 자라서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어느 집단에서 구타를 행하는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어쩔 수 없이 닮아가는 것이다.

고정적인 서열 문화가 한국 사회 내 어떤 조직이든 쉽게 볼 수 있고, 과거에 내가 선배에게 당한 것을 그대로 후배에게 가하는 것이다. ‘과거에 내가 당했으니, 너도 당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는 논리로 자기합리화를 통해 구타의 당위성을 부여하게 된다.

▲‘과거에 내가 당했으니, 너도 당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는 논리로 자기합리화를 통해 구타의 당위성을 부여하게 된다. (그림=News1 제공)

몇몇 누리꾼들은 이러한 폭력, 가혹행위에 대한 대처에 의문을 품는다. 최근 SNS의 등장으로 인해 우리는 개인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대에 살고 있다. 자살을 선택한 그녀도 자신의 피해 사실을 경찰이나 언론에 알려 내부고발을 함으로써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일반인의 시선에서는 설득력 있는 생각으로 볼 수 있지만, 체육계에 몸담고 있는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그리 현명한 방법으로 보이진 않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체육계의 폐쇄성 때문이다. 선수단 내 내부고발은 앞으로의 선수 생활에 악영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체육계에서 선수단을 구성하는 집단이나 선수, 감독, 코칭스태프 등 구성원들의 수는 다른 집단에 비해 비교적 적고 그런 탓에 소식의 전달이 빠르다.

그렇기에 내부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기더라도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자체적으로 막으려 하고, 구타, 가혹행위들을 기합과 군기의 명목이라고 포장하기도 한다. 신체적, 언어적 폭력행위들이 대한민국 체육계에서 관습이나 잔존물처럼 남아있는 것이다.

고 최숙현 선수는 경주 시청과 대한체육회 등 관련 기관에 여러 차례 피해 사실을 알렸다. 경찰에게도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에 의하면 경찰 조사도 부실하고, 부적절했다고 전해진다.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 담당 수사관은 가해자들이 벌금 20~30만 원에 그칠 것이라고 하며,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는 언행을 보였다고 한다.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고 최숙현 선수 사건 관련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News1 제공)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고 최숙현 선수 사건 관련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News1 제공)

고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날, 그녀는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 조사관과 나눈 대화도 밝혀졌다. 대화 내용 속 조사관은 최 선수에게 꼼꼼하게 증거자료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각 요구된 자료들은 22살 운동선수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조사관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조사관 본인이 일 처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 증거자료를 요구한다는 느낌이 든다는 의견이 많다.

어떠한 집단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자체는 크게 양보해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국가 기관의 경찰의 외면과 대한민국 체육인들을 위한 인권경영 위원회, 여성체육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는 대한 체육회의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

스포츠 협회의 방관에 의해 발생한 사건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선수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권익을 지키는 것에 앞장서야 할 협회가 현재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2018년 대한 빙상연맹의 성폭행 사건, 2013년 대한 수영연맹 박태환 선수의 포상금 박탈,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한국기원 상금 공제액 부당이득 사건 등 선수와 협회 부정적 사건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길 때마다 협회들은 대게 사실을 감추거나, 선수의 입막음을 하는 데 노력을 기하면서, 스포츠 협회 내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려는 행동들을 보기 어렵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자살과 관련한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의문이 든다. 왜 항상 꼭 큰 사건이 일어나서야 뒤늦게 상황을 수습하려 하는 것인가? 왜 꼭 사람이 죽은 다음이 되어서야 문제를 인지하는 것인가?

싸늘히 죽은 주검의 입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데, 그녀가 죽어서야 사람들은 그 어린 선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현실이 안타깝다. 故 최숙현 선수가 남긴 가해자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마지막 메시지가 협회와 경찰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제2의 최 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협회의 근본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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