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칼럼] 변화하는 노동 현실을 그린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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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칼럼] 변화하는 노동 현실을 그린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
  • 김태호
  • 승인 2020.07.1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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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아메리칸 팩토리〉

오늘 당신이 신은 나이키 운동화가 ‘Made in China’일 확률은? (정답: 28%) 지금 당신이 손에 쥔 아이폰이 중국에서 만들어졌을 확률은? (정답: 90%) 2020년 ‘초국적 기업’이란 말이 익숙해진 지 오래다. ‘세계화’란 키워드는 어느새 진부해졌으며 자본과 기술, 인력이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현상은 더는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다.

비단 나이키와 애플, 미국과 중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경제 선진국에서 탄생한 수많은 기업이 지난 수십 년간 개발도상국 시장을 개척하고 현지에 공장을 세운 지 오래다. 초국적 기업의 생산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각국의 인력이 투입되지만, 보통 소비자(일반인)의 관심은 브랜드와 제품의 가치로 향하기 마련이다.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과 입고 다니는 옷가지가 곧 자신의 문화 계급을 결정하는 세상이니까.

그 사이에 재화 생산의 필수 과정이자 중간 단계를 이루는 제3세계의 노동은 지워지기 일쑤다. 노동 현장의 애로(隘路)는 미국과 중국 사이 직선거리만큼이나 머나먼 이야기일 뿐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아메리칸 팩토리〉는 이러한 시대에 역질문을 던진다. 제3세계 자본이 미국 노동자를 고용한다면? 〈아메리칸 팩토리〉가 카메라에 담은 모습은 중국 기업 ‘푸야오(Fuyao Glass)’가 미국 오하이오(Ohio)주에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면서 생기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초국적 기업의 통념을 뒤집어 중국 자본과 미국 노동력이 관계 맺는 현장을 포착한다.

푸야오 공장이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모두가 희망에 차있다. GM 철수 이후 활력을 잃은 데이턴(Dayton) 시민들은 새로운 일자리가 불러올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한다.

하지만 꽃길은 오래 가지 못한다. 이내 경영진과 노동자 사이 물밑 갈등이 서서히 고조된다. 경영진은 중국에서의 경영 방식을 미국 공장에 도입한다. 직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요구하고 다치거나 아픈 직원은 손쉽게 정리한다. 노동자들은 더 높은 임금과 복지 혜택을 요구하며 노동조합 설립을 꾀한다. 노조 설립을 순순히 용인할 리 없는 회사는 어르기와 협박하기, 설득하기를 동시에 구사하며 구성원들을 분열시킨다.

 

내부자(미국인)의 땅에서 내부자의 시선으로 본 푸야오 공장의 군상은 그동안 도외시했던 모순을 지적한다. 중국 현장 답사를 떠난 미국인 중간관리자들은 현지 공장의 높은 생산량에 한 번, 열악한 노동 환경과 두 번 놀란다. ‘우리, ‘팀’, ‘목표 출하량’을 강조하는 이들의 모습엔 자부심까지 깃들어 있다.

물론 이면에 개인의 권익 소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겨우 아연실색한 표정을 감춘 미국인들은 이제 자신의 고향에서 똑같은 현상을 목도해야 한다. 안전사고가 잇따르는데도 두 명이 할 일을 한 명에게 부과하는 ‘변화’가 일어난다. 노조를 강력히 주장했던 이들은 자연스레 ‘교체’된다. 물론 이 같은 사용자 중심 문화를 중국만의 악습이라고 덮어놓고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파키스탄에서 아동 노동 착취로 만들어진 축구공과 탄자니아의 온당하지 못한 커피 농장 뉴스 따위를 익히 접했다. 그리고 부당한 착취를 묵인한 사용자 대부분은 선진국 기업이었다. 〈아메리칸 팩토리〉는 이 같은 모순의 당사자를 미국으로 옮김으로써 자성을 촉구한다.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과 문제는 푸야오 공장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포진한 문제이며 이제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뜻이다.

▲영화 〈아메리칸 팩토리〉 스틸컷 (사진=DB) 
▲영화 〈아메리칸 팩토리〉 스틸컷 (사진=DB) 

한편, 다큐멘터리는 최근 봉착하고 있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지며 끝맺는다. 〈아메리칸 팩토리〉의 대부분은 푸야오 미국 공장 부지 안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보여주는데 할애한다. 공장의 노동자들 일터에서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거나 노동자끼리 갈등을 겪지만, 정작 새로운 위협은 외부에서 도래한다. 노조 설립이 부결된 직후 경영진은 생산라인 근처에서 공장 자동화와 정리 해고 계획을 태연하게 논한다.

생산의 효율성을 둘러싼 로봇과 인간의 게임은 애초에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 다큐멘터리는 굳이 노조 조직 실패와 공장 자동화를 연접함으로써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변혁 속에서 각자도생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속삭이는 것만 같다. 〈아메리칸 팩토리〉는 자못 선명한 경고를 내비치며 마무리한다.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최대 3억7500만 명이 자동화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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