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 페미니스트, 그들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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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 페미니스트, 그들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1
  • 박세환 기자
  • 승인 2020.08.28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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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김모씨 “페미니즘은 남녀 모두를 위한 것”

지난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이 한국사회를 크게 뒤흔들었다. 그리고 이 페미니즘에 의한 무수한 갈등과 논의들이 발생했다.

지금 무수히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사회 도처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때론 자신들 간의 차이를 드러내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부쩍 높아진 페미니즘의 위상에 걸맞게 이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건 부정적으로 건.

그렇다면 이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들의 생각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 할 수 있는 두 사람을 섭외하여 이들을 대상으로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인터뷰 진행: 박세환 / 편집: 최은영

김모씨(46). 예술가

- 반갑다. 본인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이란 무엇인지 알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란 바로 인권운동, 여성 인권운동이다.”

- 음. 다소 모호하다. 조금만 더 들어가 보자. 이를테면, 페미니즘이 ‘여성’ 인권운동이기에, 여성만 너무 챙기는 편향된 사상이라는 식의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해 볼 수 있는가?

“‘여성’이라는 명칭이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지만, 페미니즘의 궁극적 목적은 모두의 인권을 보장, 배려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계층에 대해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인데 그래서 페미니즘, ‘여성’ 인권운동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젠더 차별을 기반으로 한 모든 차별과 부조리를 없애는 것이며 당연히 고정된 남성 젠더 역할 하에 고통받는 남성들도 페미니즘이 다뤄야 할 대상이라 할 수 있다.”

- 음, 알겠다. 지금 성평등 강사 자격증 준비과정(공식 명칭 : 성희롱, 성폭력 예방교육 전문 강사 과정)에 있다고 들었다. 특별히 그런 식으로 젠더 문제와 페미니즘에 더욱 깊게 개입하려 하는 이유가 있는가?

“물론 있다. 예술계에 몸담으면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일이 자주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무수한 성폭력들을 보게 됐다.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들, 청소년 간에 일어나는 성범죄, 남자와 여자 간에, 그리고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간에 말이다.”

“사실 이러한 성폭력에 대해서 오랫동안 문제의식을 가져왔다. N번방과 같은 사건을 생각해 보라. 얼마나 참담한 현실인가?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이다.”

- 결국 그런 문제의식이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진 것인가?

“성폭력 예방 강사 교육을 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에 대해서 더 깊게 알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그렇게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성폭력은 성차별의 가장 극단적인 표출이고 페미니즘의 목표는 모든 성차별을 극복하는 것이니까.”

▲페미니즘의 목표는 모든 성차별을 극복하는 것이다. (사진=DB)
▲페미니즘의 목표는 모든 성차별을 극복하는 것이다. (사진=DB)

- 좋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자.

오늘날 젊은 여성 페미니스트들 중에는 페미니즘 운동의 방법론 중 메갈리아, 워마드식 극단적이고 과격한 방법론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레디컬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이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분들의 주장에 대해 사실 잘 모르지만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 조금 더 이야기해 볼 수 있는가?

“우리는 남녀 간의 싸움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며 함께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야만 한다.”

- 음, 소위 레디컬이라고 하는 페미니스트들 중엔 말씀하신 그러한 인식 자체가 지나치게 낭만주의적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를테면, 세상은 서로 죽고 죽이는 냉혹하기 짝이 없는 곳이라 그런 속에서 살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쟁취, 보호해 나가려 한다면 나 역시 어느 정도 냉혹해져야 한다는 그런 식의 관점을 가진 이들 말이다.

“나는 30년 동안 각종 사회운동을 해 왔던 사람이다. 그리고 사회운동을 하는 이들의 영역에는 언제나 말씀하신 ‘그런 관점’을 가진 이들 역시 존재한다. 대화와 타협 해가면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겠냐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은 항상 존재한다.

- 그러니까 그들의 관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진 그런 절망적인 현실인식에 대해서는 나 역시 상당 부분 공감한다. 페미니즘을 공부를 하면 할수록 끔찍한 현실에 대해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아니, 각종 기사에 달린 인터넷 댓글들만 보아도 끔찍하다. 과연 이런 참담한 현실을, 사회적 성 인식들을 우리가 바꿀 수나 있을까?

나도 ‘페미 전사’가 돼야만 한다고 느낀다. 물론 그러한 내게 앞으로 무수히 많은 고난들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다.”

- 소위 말하는 레디컬 페미니스트의 현실인식에 상당 부분 동의하시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그런 과격한 방법론을 수용하진 않고 있지 않은가?

“그래선 안 되니까. 비록 현실이 참담하다고는 하나 그런 식의 방법론으론 유의미하다 할 만큼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가 없다.”

- 그렇게 확신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가?

“음, 구체적으로 이유를 대라면 좀 애매하긴 한데… 그냥 각종 경험들을 통해서 만들어진 확신 정도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말을 상대방에게 전달해야만 한다. 내 말을 듣게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나 역시 상대를 존중해 줘야만 한다.”

- 급진 페미니스트들 중에는 당신이 반대하는 그런 ‘과격한 방식’이 지금까지 수많은 긍정적 변화들을 가져다줬으며 고로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들도 많다.

“글쎄? 그런 식의 자기 평가라면, 딱히 잘 모르겠다.”

- 알겠다.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탈코르셋 운동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관한 당신의 생각을 알고 싶다.

“반드시 필요한 운동이다. 이를테면 나만해도 건강 상의 이유로 브래지어를 착용할 수가 없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탈코르셋 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여성이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자체를 죄악으로 여김에 여성스러운 매력을 갖추고자 하는 다른 여성들을 흉자로 몰며 배척하는 경향도 있었다. 이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연히 잘못됐다. 탈코르셋은 중요하지만 강요돼서는 안 된다. 서서히 바꿔야만 한다.”

-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이란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며 세뇌의 산물임으로 해체돼야 하는 개념이라는 인식에도 동의하는가?

“아니 그렇지 않다. 남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이나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 그 자체를 나쁘다고 하는 게 아니다. 그런 멋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들을 추구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강요에 의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남자건 여자건 각자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지만 '너는 남자니까, 혹은 여자니까 이러한 아름다움을 추구해야만 해!'라는 식의 사회적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만 해도 치마 입는 것을 좋아한다. 본인이 원해서 본인의 의지로 여성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조차도 잘못 됐다는 건 억지주장이다.”

- 내가 알고 있던 ‘탈코르셋’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지금 ‘탈코르셋’ 운동은 어느 정도 왜곡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고정된 성 역할 강요 거부’라는 측면으로 봤을 때, 남자 역시 탈코르셋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여성들이 SNS에 올린 탈코르셋 인증샷 (사진=트위터 갈무리)
▲여성들이 SNS에 올린 탈코르셋 인증샷 (사진=트위터 갈무리)

- 잘 들었다. 또 궁금한 부분이, 성소수자에 대한 부분이다. 어떤 페미니스트들은 성소수자들에 대해 부정적인 경향성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성소수자 운동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여성’ 문제만 다뤄야 한다거나…

“말도 안 되는 태도이다. 페미니즘은 젠더 차별로 발생하는 모든 부조리함을 다뤄야 하고 너무나 당연하게 성소수자 문제는 여기에 포함된다.”

- 어떤 레디컬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문제 하나만 다루기도 벅찬데 성소수자니 뭐니 다른 사회문제까지 같이 다루려 하면 힘이 분산돼서 안 된다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앞으로 페미니즘이 넘어야 할 벽은 한두 가지가 아니고 한 사람의 한 사람의 친구가 절실할 것이다. 그런데 ‘고정된 젠더관’으로 고통받고 있는 바로 옆 범주의 사람들을 외면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게 ‘다른 문제’라고? 같은 일이다.”

- 오늘날 젊은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부분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그들이 가지는 반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이 그들에게 잘못 전달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젠더로 인한 차별 문제는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당연히 그들이 늘 주장하듯 남자 역시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군대는 남자만 가고 데이트 비용도 내야 하고 말이다. 물론 후자는 오늘날 조금씩 바뀌고 있는 듯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들이 가진 그러한 문제의식들 역시 ‘페미니즘’이라는 범주 아래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남녀 모두의 문제를 다룬다.”

▲페미니즘은 남녀 모두의 문제를 다룬다. (사진=DB)
▲페미니즘은 남녀 모두의 문제를 다룬다. (사진=DB)

- '남자만 군대' 이건 젠더 논쟁의 장에서 정말 지겨울 정도로 언급되는 부분이다.

“전통적으로 남자만 군대와 경찰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애초에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군과 여경. 사실 이건 여자를 ‘같은 인간’으로 만들려 했던 페미니스트들의 노력을 통해 탄생한 것이기도 하다.”

“데이트 비용의 남성 분담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건 전근대 시절 '남성이 여성을 돈으로 산다'라는 개념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 잠깐, 그럼 '여자도 남자와 같은 사람'이라는 큰 명분 하에 여자도 군대 징집을 해야 한다는 안티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있는가?

“남자만 군대 징집을 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 맞긴 하는데 그 대안이 ‘남녀 모두 징집’ 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모병제를 지지한다. 군 입대를 원하는 남녀 모두 자기 의사로 입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 어떤 생각인지 알겠다. 자, 마지막으로 특별히 더 추가하고픈 말이 있는가?

“남녀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대해서 잘 모른다. 서로가 터놓고 이야기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극단주의자들은 그만 좀 싸웠으면 좋겠다.”

“10여 년 전에 우리 사회에 ‘노동인권 감수성’이라는 용어가 크게 번진 적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에 와서야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가 퍼지게 됐다. 어떻게 보면 그 전까진 우리 사회가 젠더 문제에 대해 그만큼 무관심했던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 몇 마디 더 붙여볼 수 있겠는가?

“활발한 논쟁과 토론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좀 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인터뷰를 요청해 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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