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 페미니스트, 그들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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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 페미니스트, 그들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2
  • 박세환 기자
  • 승인 2020.09.04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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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역배우 박모씨 “페미니즘은 여성의 파이를 늘리기 위한 투쟁”

지난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이 한국사회를 크게 뒤흔들었다. 그리고 이 페미니즘에 의한 무수한 갈등과 논의들이 발생했다.

지금 무수히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사회 도처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때론 자신들 간의 차이를 드러내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부쩍 높아진 페미니즘의 위상에 걸맞게 이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건 부정적으로 건.

그렇다면 이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들의 생각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 할 수 있는 두 사람을 섭외하여 이들을 대상으로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인터뷰 진행: 박세환 / 편집: 최은영

박모씨(28). 단역배우

- 반갑다. 우파 레디컬 페미니스트라고 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그보다 먼저 인터뷰의 내용이 본인 개인 생각일 뿐이며 모든 우파 페미니스트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확실히 해 두고 싶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 그건 여성들의 파이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 파이 싸움? 흥미롭다. 조금 더 설명해 줄 수 있는가?

“혹자는, 그러니까 좌파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숭고한, 이상적인 사회를 추구하며 그 일부분으로 페미니즘을 다루려는 경향이 있는 듯한데 나는 다르다. 남자 여자 간의 파이 싸움터에서 여자인 우리들의 파이 몫을 늘리기 위한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숭고하거나 아름다운 대의나 정의 같은걸 원하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파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일 뿐 도덕적인 측면 같은 것엔 별로 관심 없다.”

- 일종의 여성을 위한 이익 추구 활동? 그런 개념으로 들린다. 인터뷰 도입부에서 “나의 생각을 말하는 것뿐이다.”했는데 그 ‘파이 싸움’ 인식도 그러한가? 그러니까 혼자만의 생각인지 아니면 그 부분에 있어서는 소위 말하는 ‘우파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건지 말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우파 페미니스트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봐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는 여남 권력의 완전한 전복을 원한다. ‘여성의 당’에도 우리와 같은 인식을 가진 이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 나도 여성의 당을 보며 느런 느낌을 좀 받긴 했다.

“여하튼 남성과의 공존을 원한다? 이런 게 좌파 페미니스트들이고 우리들은 그런 것에 무관심하다. 여성의 파이 몫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는 것에 관심 있을 뿐”

- 혹시 그런 생각들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는가? 어떻게 페미니스트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나?

“음, 사회가 여성을 너무 저평가하고 있다고 느꼈다. 간호사나 레스토랑 서빙과 같은 여초 직군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급여도 낮고 처우도 열악하다.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들도 문제고.”

“사회적 처우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면, 좌파 페미니스트들은 여자이기 때문에 더 높은 처우를 해 달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듯한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지금 여자들은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만약 여자들에게 그 능력에 걸맞은 공정한 평가와 대우만 이루어질 수 있다면, 단지 그것만으로 여남 권력은 뒤집힐 것이라 본다.”

- ‘공정한 평가’ 만으로 뒤집힐 수 있다? 그 말은 근본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능력면에서 더 우월한 존재라는 의미로 들린다.

“그렇다. 여성은 남성보다 스트레스 상황에 있어서 정신적으로 더 강한 면모를 보인다고 한다. 이를테면 남자들은 자주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가? 정신적인 약함이 표출되는 것이다.”

- 그 ‘저평가’라는 부분을 다시 집어보고 싶다. 혹시 시장주의자들에게서 종종 나오는 '시장은 언제나 합리적인 평가를 하며, 고로 시장 속에서 받는 처우가 바로 그 사람의 가치인 것이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말마따나 여자가 능력면에서 더 우월한데 왜 시장 속에서 남자보다 열악한 처우를 받는가?

“물론 나는 우파 페미니스트로써 시장을 존중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시장의 결과가 매번 완벽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시장은 합리적이지만 그 속의 인간은 합리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 만약 여성이 남성보다 우수한 능력을 보였다면 시장원리에 따라 고용주는 당연히, 자연스럽게 남성보다 여성을 더 선호하게 될 것 아닌가? 지금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면, 대체 무슨 요인 때문에 그런 왜곡이 발생된다고 보는가?

“남성의 우월감을 유지하고픈 욕구? 그런 것들이 반영되어 여성에게 더 낮은 처우를 해 주는 풍조가 시장 속에 자리 잡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필 : 흠.. 이 부분을 깊게 파고 들어가면 너무 이야기가 길어질 듯하다. 주제가 ‘시장주의’인 것은 아니니 시장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끊고 페미니즘에 관한 다른 이야기들도 나누어 보고프다.”

- 지금 젊은 남성들 사이에선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대단하다.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이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연스럽다고 본다.”

- 의외의 반응이다.

“이상할 것 없다. 다만 그들에게 시대의 흐름을 막아낼 능력이 없을 뿐”

- 일종의 ‘최후의 발악’으로 보는 것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겠다.”

- 남녀 싸움의 장에서 여성계의 궁극적 승리를 너무 자신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미 승리하고 있다고 본다. 여성폭력방지법 도입처럼 여성 중심의 제도 변화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남자들이 이 흐름을 막아내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 이러한 흐름에 대한 반감이 남성들을 단결시켜 선거를 통해 정 반대의 흐름을 이루어낼 수도 있지 않나? 이를테면 서구의 대안 우파 현상들을 보라. 트럼프 당선이라던가. 그리고 대안 우파에선 페미니즘에 대한 반대가 항상 디폴트로 깔려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에서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에선 여성의 영향력, 그러니까 돌봄 노동과 같은 측면에서 여성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여성 중심으로의 사회변화를 막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자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역량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안티 페미니즘 진영에는 여자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 중 다수가 우파이다. 시둥이처럼.”

“이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라기 보단 사회주의를 싫어하는 것이다. 사회주의를 좋아하는 좌파들 중엔 페미니즘을 겸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두 개가 연계되는 개념으로 보여서 그냥 같이 싫어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그런 우파 안티 페미니즘 여성들에게 페미니즘과 사회주의는 다르다고 전하고 싶다. 그걸 안다면 그 여성들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 내가 접했던 바에 의하면 좀 다르다. 여성으로서 예쁘게 꾸미고 다녔는데 소위 ‘탈코르셋’을 추구한다는 페미니스트 여성들에게 공격을 받고 그렇게 페미니즘에 반감을 느끼게 되고, 그렇게 안티 페미니즘 활동을 하다가 우파들과 친해져서 사회주의에 대한 반감까지 사후적으로 습득하게 되는 케이스를 많이 보았다. 사회주의에 대한 반감보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선행했던 것으로 본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

- 말하다 보니 흥미로운, 그리고 필수적인 대화 소재가 하나 나왔다. 탈코르셋. 이거 중요한 테마다.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여성이 스스로 여성스럽게 꾸미는 것은 나쁜 일인가?

“여자 입장에선 여성스럽게 꾸미지 않으면 사회적인 불이익을 받게 됨을 감안해야 한다. 많은 경우 여자들은 여성스럽게 꾸미고 살 수밖엔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 그런 것보단 그러니까 만약 그렇게 꾸미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도 여성 스스로가 원해서 스스로를 여성스럽게 치장한다면 그것도 나쁘고 잘못된 상황인가? 왜 페미니즘 진영에선 여성스럽게 꾸미는 것을 자발적 노예화라는 식으로 비하하곤 하지 않았나?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나도 한때는 그랬지만 나 자신이 꾸밈 노동에 얼마나 많은 열정과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지 깨달은 다음에 생각이 바뀌었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책을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 여성이 스스로 여성스럽게 꾸미고 싶어 함은 자연스러운 본성이 아니라 사회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왜곡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일종의 세뇌 같은?

“그렇다고 본다.”

- 남성으로서의 아름다움과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이 있다면, 남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이 더 우월한 것이고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은 더 열등한 것인가? 고로 사람들은 남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정당한 것인가?

“음, 아름다움에 있어 어디가 우월하고 열등하다고 말 하긴 좀 어렵다고 본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사회적으로 남성의 아름다움은 ‘강함’의 표현이며, 여성의 아름다움은 ‘약함’의 표현이다. 나는 이러한 인식에 반대하고 싶다.”

- 이것도 깊게 들어가면 한도 끝도 없을 듯한데.. 왜 성 소수자들 중엔 이런 사람들 있지 않나? 남성인데 여성의 아름다움을 동경하는 그런 거. 하리수 씨 같은 트랜스젠더도 있고 말이다. 이런 것들도 잘못된 사회화에 의한 왜곡? 세뇌? 그런 것이라 보는가?

“그렇다고 본다. 그리고 ‘젠더’ 말씀을 하셨는데, 우리 우파 레디컬 페미니스트들은 젠더를 인정하지 않는다. 오직 생물학적 성별, 남성이거나 여성일 뿐이다.”

- 그 역시 깊게 들어가면 한도 끝도 없을 듯하다. 성소수자의 인권문제까지 대화 주제가 넓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계속 반복적으로 '깊게 들어가면 한도 끝도 없다'라고 언급을 하시는 데 지금 이야기하는 ‘젠더’라는 부분은 이미 이야기가 끝난 사항이다. ‘젠더’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생물학적 성별뿐이며 트랜스젠더라는 개념은 허구다.”

- 뭐, 우파 레디컬 페미니스트들은 성소수자에 대해 부정적이니까.

“성소수자 전부가 아니라 트랜스젠더와 바이섹슈얼까지 만이다. 게이나 레즈는 다르다.”

- 게이에 대해서까지 부정적인 우파 레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있지 않은가?

“뭐 기독교 페미니즘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 음. 좋다. 마지막으로 물어보고 싶은 부분이, 아까 좌파 페미니스트들을 언급하며 그들과 선을 그으려 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듬성듬성 나왔던 이야기긴 하지만 좌파 페미니스트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해서 말해 볼 수 있는가?

“이를테면 좌파 페미니스트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지 않았나? 이런 게 불만이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그들은 정의니 평등이니 하는 어떤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며 페미니즘을 그 부분으로만 여긴다. 나는 다르다. 나에겐 페미니즘이 가장 우선이고 다른 이념들은 부수적이다. ‘여자’가 높은 자리에 남아있는 것이 여자에게 더 유리하니까, 도덕성을 떠나서 그것을 지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일종의 ‘여자’라는 진영에 대한 진영논리로 보인다.

“그럴 수도 있다. 아 물론 우파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항상 페미니즘만을 우선하지는 않는다. 이들 역시 ‘우파’라는 정체성을 ‘여성’이라는 정체성보다 앞에 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테면 강경화 씨는 너무 좌편향이라면서 장관 임명에 반대하던 목소리가 우파 페미니스트들 중에서도 나왔었다. 물론 나는 그런 태도에 부정적이다. 좌우를 떠나 ‘여자’가 먼저여야 한다.”

- 그럼 당신은 우파도 좌파도 아닌 그냥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나?

“아, 물론 그럼에도 나는 ‘우파’ 페미니스트이다. 나는 자본주의, 그리고 과학의 발전과 함께 가는 페미니즘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출산’은 여성에게 있어서 양날의 검과 같은 개념인데 과학의 발전이 출산이라는 태마로부터 여성을 보다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럼 성별 대립의 장에서 여성의 우위가 보다 확실해질 것이다.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 과학이 극도로 발전에서 남녀의 구분조차 모호해질 정도가 된다면, 모든 이들이 무성/중성에 가까워질 정도가 되면 남녀의 대립도 더 이상 무의미해지지 않을까?

“그건 너무 많이 나간 이야기인 듯하다.”

- 그럴지도. 여하튼 페미니즘을 가장 우위에 놓는다 했지만 자본주의와 과학 역시 상당히 존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 알겠다. 이야기 즐거웠다. 시간 내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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