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경 칼럼] 여성에게 코르셋을 벗어던질 의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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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경 칼럼] 여성에게 코르셋을 벗어던질 의무는 없다
  • 하연경 객원기자
  • 승인 2019.10.03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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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들면서 화장품은 여성들의 필수품이 됐다. 현대사회에 클러치 안 들고 다니는 여성은 찾기 힘들다. 필자 또한 BB크림을 포함해 아이라이너, 립스틱 등 화장용품을 언제나 챙기고 다닌다.

90년대에 태어난 내 기준에서 대부분의 친구, 선·후배들이 중학생쯤부터 화장을 시작했다. 빠르면 초등학생 때 시작하기도 하며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화장을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소비자의 연령대가 넓어지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서 화장품 산업 역시 빠르게 발전했다. 요즘은 화장품 가게에 갈 필요도 없이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하면 만원이 넘지 않는 저렴한 제품부터 고가의 명품까지 수십 가지가 넘는 제품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제품을 추천하고 성분을 분석해주는 앱까지 개발되면서 소비자의 기호를 더욱더 세밀하게 맞춰나가고 있다. 심지어 기초 화장품 보관을 위한 전용 냉장고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비자의 피부 유형에 맞는 화장품과 플랜을 제공하는 ‘뷰티 플래너’, 화장 자체를 가르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의 직업이 생겨나며 화장은 하나의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뷰티, 미용과 관련된 학과까지 대학교에 신설되며 학문적 가치까지 지니게 됐다.

하지만 오늘날 화장을 마치 사회적 강요이자 여성에 대한 억압으로 간주하는 조류도 존재하는 것 같다. 어떤 이들은 “모든 여성은 아름다울 필요가 없다”며 예뻐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그들의 언어로 '코르셋'을 벗어 던지라고 한다.

▲여성들이 SNS에 올린 탈코르셋 인증샷
▲여성들이 SNS에 올린 탈코르셋 인증샷

물론 화장이 처음부터 ‘꾸밈’을 위한 행위는 아니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사막의 뜨거운 바람으로부터 피부의 건조를 막기 위해 남녀불문 화장을 했다. ‘메이크업’이라는 단어가 '여성의 매력을 높여 주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처음 사용됐던 건 17세기 영국 시인 리처드 크레슈에 의해서였다. 거기에 시간이 지나 미국의 할리우드가 전성기를 맞이하며 화장이 더욱 대중화된 것이다.

이런 ‘꾸밈’의 기저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근원적 욕망이 있다. 아름다움의 기준이 어느 정도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가졌을 수는 있으나, 그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따라서 여성이 자신을 꾸미며 미적 만족을 취하는 행위는 ‘미’의 가치를 발전시키는 값진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여성에 대한 억압 서사와 탈코르셋이라고 불리는 여성 해방 운동의 핵심 논리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여성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외부적 요인에 의한 강요라고 간주한 그 운동은 필연적으로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전제가 틀렸으니 운동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그리고 본래 욕구는 억누르면 더 불타오르는 법이다.

여성에게 코르셋을 벗어 던질 의무는 없다. 오히려 의무가 아닌 것을 강요하는 행위야말로 억압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아름다움에 대한 여성들의 갈망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미래의 미적 가치를 꾸준히 발전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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