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환 칼럼] 여성의 미는 억압의 증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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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환 칼럼] 여성의 미는 억압의 증거가 아니다
  • 박세환 기자
  • 승인 2019.10.3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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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워치 박세환 기자]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는 페미니스트들이 즐겨 언급하는 대표적인 여성의 피해 서사다. 이들은 세상 도처에 광고 형식으로 널브러진,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아름다운 여성의 사진과 영상들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들이 성적으로 착취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증거라고 주장한다.

어떤 사회가 특정 외견을 가진 정체성의 모습을 그림, 사진, 동상, 영상 등 각종 형태로 표현해 여기저기서 노출하고 있다면, 이를 통해 그 사회에서 그 정체성이 착취받는 것인가?

이를테면 강인한 남성성을 숭배했던 고대 그리스 사회를 떠올려 보자. 당시는 남성성에 대한 과도한 숭배가 동성애에 대한 긍정으로 이어지기도 했던 시대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선 반쯤 헐벗은 그러나 우람한 마초 남성들의 외견이 그림과 조각으로 사방팔방에서 전시되고 있었다. 페미니스트들의 도식을 적용하면 우리는 이것을 고대 그리스 사회에 만연했던 남성에 대한 성 착취의 흔적이라 말해야만 할 것이다.

어느 사회가 특정 정체성의 특정 외관을 끝없이 전시하고 광고한다는 것은 그런 외견을 가진 대상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숭배하고 있다는 증거다.

특정 사회에서 정말로 착취당하며 하찮게 대우받는 정체성이 있다면 그 사회는 어지간해선 그들을 노출 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광고하고자 할 때, 노예의 형상을 통해 그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이가 어디에 있겠는가.

“아름다운 여성의 외관은 설령 숭배받을 수 있으나, 그것이 다수 여성에게 도움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로(아름다운 외견에 대한 집착) 다가오게 된다”는 부류의 지적 역시 의미가 없다. 그런 식의 비판이 가능하다면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역시 “튼튼한 근육, 우람한 체격, 그리고 생식기의 크기 등에 대한 압박 속에서 남성들이 고통받았었다”라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한다.

여성의 복색이 남성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노출이 많다는 불만 제의 역시 비슷한 개념으로 논파가 가능하다.

더 노출 적인 복색이 더 많은 억압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면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성의 복색이 노출이 적은 사회 말이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가 그렇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은 오직 천 하나로 자신의 모든 형상을 감추며 살아간다. 실제로 꾸미지 않아도 된다며 이를 만족스러워하는 여성도 있긴 있다고 한다. 당신은 그들에게 동조함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상이 페미니즘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동서고금의 많은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낮으면 낮을수록 여성의 육신 노출이 금기시됐다. 역설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될수록 여성의 복색에 노출이 많아진다. 여성의 복색이 남성의 그것에 비해 더 노출이 많은 것 자체가 현대 시대에나 적용되는 현상이며,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현저히 낮았던 대부분의 역사 속에서 남성의 복색이 여성의 복색에 비해 노출이 많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스타킹과 하이힐로 자신의 날씬한 다리를 과시하는 루이 14세의 형상을 떠올려보라. 거대한 코드 피스로 자신의 우월한 남성성을 과시하려 했던 헨리 8세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날 여성 성적 대상화의 상징으로 지탄받는 미니스커트와 비키니 수영복은 모두 수십 년 전 여성인권운동가들의 피땀 어린 투쟁의 결실로써 도입된 것들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어느 바보 같은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여성 착취의 상징물이란 식으로 비난을 늘어놓고 있다.

여성의 복색이 남성의 그것에 비해 장식이 많으나 복잡해 입고 활동하기에 불편하다는 지적도, 화장을 많이 해야 해서 불편하다는 지적도 모두 여성 억압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지금까지의 문화들을 보건대 치장이 많아 불편하다는 것은 귀족 복색의 유서 깊은 특징이었다.

많은 경우 귀족의 복색은 너무나 복잡함에 도저히 혼자서 다 치장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복색을 갖추기 위해선 하인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입궐해 폐하를 만나 뵈어야 한답시고 하인들을 대동해, 한 시간 동안 복색을 갖추느라 여념 없던 역사 물속 귀족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라.

반대로 몸을 써서 일해야 하는 하찮은 계층일수록 복장에 장식이 없고 단순하다. 편의성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도 남성 복색이 상대적으로 치장이 없고 단순한 것을 남성의 우월한 지위에 대한 반영이라고 주장할 텐가?

그럼 황제의 옷이 가장 수수해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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