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워치의 마주보기] 02. 체스 랭커이자 멘사 회원 배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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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워치의 마주보기] 02. 체스 랭커이자 멘사 회원 배성우
  • 전임경준 기자
  • 승인 2019.12.29 21:0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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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나 ‘노력’ 또한 학습 가능해

청년,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으며, 그들의 인생관은 무엇일까?
그들에게 직접 듣는 생생한 삶 이야기 ‘마주보기’

<소셜워치의 마주보기>는 20·30세대로 대변되는 청년들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살펴보기 위해 기획된 인터뷰 프로젝트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주인공, 국내 체스 랭커이자 멘사 회원, 그리고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배성우’ 씨를 만났다.

 

인터뷰 진행: 박수현 / 편집: 최은영

▲인터뷰이 배성우(21)
▲인터뷰이 배성우(21)

- 똑똑한 분을 만나서 긴장된다(웃음).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한다.

“나이는 21살이고 현재 단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재학 중인 평범한 학부생이다. 원래 국어, 영어, 수학을 잘하지 못한 데다가 하나만 파고드는 성격 탓에 논술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서 논술 전형으로 입학하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재테크나 주식 투자에도 관심이 많아서 경제학과에 지원했다.”

- 주식 투자라고? 어린 나이에 관심 두기 어려운 분야인데 그게 언제부터였나?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관심이 생겼다. 당시 1학기가 끝나고 공부에 흥미를 못 느껴서 결국 자퇴를 했다. 학교 대신 교육센터에 들어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만난 대표님 덕에 경제학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투자를 하고 싶어지더라.”

- 어땠나? 이득은 좀 봤나?

“투자의 구조 자체가 마치 게임 같아서 재밌었다. 첫 투자는 30만 원이었지만, 관심을 유지하면서 시드머니(Seed money)를 계속 추가해나갔다. 처음에는 잃었다. 처음에는 누구나 잃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나도 가상화폐 투자를 좀 했는데 잃었다. 가상화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2016년경 주식을 하면서 가상화폐에도 관심을 가졌다. 주식과 가상화폐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다. 주식은 투자 대상이 기업이고, 가상화폐는 P2P 시스템 그 자체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윤을 남기기 위해 투자한다는 점에선 같다. 혹자들은 주식은 투자고 가상화폐는 투기라고 하는데, 그 구분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주식도 투자 방법이 잘못되면 투기가 될 수 있다.

- 본인 만의 투자 방법이 있는가?

“포트폴리오를 따로 만들어서 자산분배를 한다. 종목 하나에 손실이 발생해도 전체적으로 손실이 발생 안 하게끔 조절을 해나가고 있다. 위험 관리 부분에 있어서 MDD를 갖춘다.”

- 그럼 포트폴리오를 항상 갖고 있는 건가?

“그렇다.”

- 노력이 대단하다. 본인이 생각하는 주식 투자란 무엇인가? 그리고 투자 경험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투자는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적 분석, 기본적 분석은 낚시할 때 낚싯대와 같은 일종의 도구다. 역사·철학을 통한 전체적인 동향과 상태를 파악해야 하고 본인의 심리를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한다. 계산만 해선 되지 않는다.

투자는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하는 데, 평소에 투자하면서 계속 감정을 배제하다 보니 사람을 상대할 때에도 감정을 배제하는 습관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투자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 덕분에 웬만한 상황에선 스트레스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

■ 내게 있어서 체스는 인생

- 본인 인생에 있어서 빼먹을 수 없는 취미가 또 하나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 국내 체스 랭킹 50위권 안에 드는 순위권자인데, 체스는 어떤 계기로 시작한 건가?

“체스를 처음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지만, 그 전부터 관심이 많이 있긴 했었다. 어렸을 때 체스 규칙을 지어내서 부모님이랑 두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5학년이 되고 미국에서 학교를 잠깐 다니게 됐는데, 그곳에 있던 체스 수업을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했다. 당시 평균보단 잘했는데 1등은 못했다. 그래서 1등을 꼭 이겨야겠다는 오기가 생겼었다.”

- 그 1등은 결국 이겼나?

“그 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웃음).”

- 재밌다. 체스도 결국 두뇌 싸움이라고 생각하는데, 본인의 지능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것도 같다.

“나는 체스를 두뇌 싸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집중력 싸움에 가깝다. 실제로도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보다 집중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낸다. 그래서 세계 랭커들은 대부분 대회에 나가기 전에 체력관리를 한다.”

- 그런데 이 인터뷰를 보고 ‘머리 좋은 사람이 기만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랭커 또한 어느 정도 머리가 좋으니까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한국 사람들 중에 공부라는 단어에 반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공부에 대한 지나친 강요 때문이라고 본다. 공부라는 단어만 보면 무의식적으로 국어, 영어, 수학 따위를 떠올리지 않나? 그런데 교과 과정뿐 만이 공부가 아니라 ‘열정’이나 ‘노력’ 또한 공부로써 학습이 가능하다. 나도 처음부터 체스를 잘했던 것은 아니고 패배로 인해 좌절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체스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누구랑 대국을 뒀고, 어떻게 이겼으며 어떻게 졌는지, 또 어떤 수로 인해서 승패가 갈렸는지 하나하나 기록하며 극복해나갔다.”

▲체스 대회 사진
▲체스 대회 사진

- 체스 실력은 지능보단 노력이란 말이군.

“영어단어 같은 경우에도 한두 번만 읽으면 안 외워지지만, 반복적으로 학습하다 보면 누구든 통째로 외울 수 있다. 그런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재능이 있다는 것보단 노력으로 결실을 이루는 걸 좋아한다. 그게 더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니까.

‘재능이 있다’라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분야에 오랜 시간 노력을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기가 그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더욱 인정받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이기 때문이다.”

- 체스를 취미로만 하는 건가? 아예 업으로 삼을 생각도 있는가?

“체스를 언제 그만두겠다는 계획은 없다. 죽기 전까지 꾸준히 하게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아직 나는 어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업으로 삼지 않을지는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결정할 것이다.”

- 본인의 인생에 있어서 체스는 어떤 의미가 있다 생각하는가?

“어떤 분야든지 그 분야에 몸을 담아왔던 사람들은 그것을 인생에 비유하곤 한다. 그래서 나도 체스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보비 피셔라는 체스 랭커가 “체스는 인생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체스 규칙에서 폰을 끝까지 도달하면 원하는 기물로 바꿀 수 있다. 누구든지 끝까지 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고 끝까지 가야만 성과가 보이기 때문에 체스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체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 지금까지 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내 인생도 끝에는 어떤 모습일지 모르는 것이다.”

▲보비 피셔(Bobby Fischer, 1943년 3월 9일 ~ 2008년 1월 17일), 본명은 로버트 제임스 피셔(Robert James Fischer)로 1972년부터 1975년까지 세계 체스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다.
▲보비 피셔(Bobby Fischer, 1943년 3월 9일 ~ 2008년 1월 17일), 본명은 로버트 제임스 피셔(Robert James Fischer)로 1972년부터 1975년까지 세계 체스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다.

■ 열정 또한 학습할 수 있는 것

- 그렇군. 투자와 체스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두 가지라서 이야기가 길어졌다. 혹시 향후 계획이나 이루고 싶은 이상이 있다면 짤막하게 말해주길 바란다.

“죽기 전에는 학교를 세우고 싶다. 학생들한테 열정도 학습이 된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투자와 체스를 하면서 인생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집중을 많이 하게 될 수 있게 됐고, 노력에 대한 기준이 많이 높아지게 됐다. 한계 이상의 노력을 하게 되면 다른 도전을 할 때도 좋은 영향을 주게 되는 것 같다. 이것이 내 안의 도전정신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이런 마인드를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고 싶다.

처음 시작은 교육센터로 시작할 수 있고 유치원 형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생들 위주로 진행되는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 어느 한 계층에 국한되지 않은 그런 플랫폼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굳이 학교가 아니라 교육 플랫폼 정도여도 굉장히 만족스러울 것 같다. 내 철학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게 즐겁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나에 대한 욕심은 조금 더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질적으로도 여유가 필요하지만, 심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한다. 일정이 빠듯해도 항상 여유를 가진 사람들은 남들이 못 하는 일도 해낼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

▲배성우(21)가 아이들에게 체스를 가르치고 있다
▲배성우(21)가 아이들에게 체스를 가르치고 있다

- 나이에 비해 굉장히 성숙한 생각을 가진 것 같다. 나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요즘 청년들이 많이 힘들다고 하는데, 같은 청년으로서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한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제각기 달라서 정확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다만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스트레스받게 되는 상황이 되면 하는 것들을 모두 정지시키고 여행을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여행이 꼭 먼 길을 떠나는 것만이 아니라, 하다못해 자기 집 앞을 나가더라도 여행을 한다 생각하고 산책하는 것도 리프레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공부든 취업이든 창업이든 모두 자기 살고자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로 인해 역설적으로 살기 힘들어진다면 한 번씩 생각 정리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임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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