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아 칼럼] 배우와 작가라는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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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아 칼럼] 배우와 작가라는 공통점
  • 임윤아
  • 승인 2020.06.1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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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배우, 그들은 공통적으로 메소드의 길을 달리고 또 달려야만 한다

작가라는 직업은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언어를 다루는 직업이다. 지팡이 몇 번 휘두르며 기존에 있는 주문을 외우는 마법사가 아니다. 몇만 원짜리 키보드로 몇천만 원짜리의 마법 같은 이야기를 써 내려갈 줄 알아야 한다. 가나다로 시작하여 해리포터로 끝낼 수 있는 작가는 감히 상위 몇 프로라는 기준에 담기조차 어렵다. 그만큼 마법 같은 이야기를 써내어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성공하기란 쉽지가 않다.

작가의 존재는 비유하건대 지하에는 현실ㆍ1층에는 필력ㆍ2층에는 상상력ㆍ3층에는 끈기ㆍ4층에는 차별화된 표현력ㆍ5층에는 전문성ㆍ6층에는 영감ㆍ7층에는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자세ㆍ8층에는 쓰고자 하는 열의ㆍ9층에는 수집가ㆍ10층에는 몰입으로 이뤄져 있다.

▲(사진=DB)
▲(사진=DB)

작가는 메소드 언어에 가깝다. 다른 직업과 비교한다면 배우라는 직업만이 비교 대상에 나란히 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도 하나의 캐릭터에 몰입하여, 주어진 캐릭터의 삶을 산다고 한다. 실제로 몰입을 깨지 않기 위해 현실에 가서도 캐릭터를 옮겨가는 경우가 있다. 이는 꿈과 현실을 동시에 얻거나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생활 방식이다. 메소드가 주는 몰입감에 다칠 수 있다는 부작용이 따른다. 작품을 위해 자아가 여럿이어야 하지만 하나라는 본체에 절망하기도 하며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 경계가 흐려지기도 한다. 잇따른 실망은 공포로 남는다. 결국, 나라는 한정적인 존재에 실망하며 이내 자신이 하는 모든 선택에 대한 한계를 절망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작가 또한 살아있는 한 사람이다. 따지자면 글보다는 현실을 먼저 살아야 한다. 주어진 24시간을 보았을 때, 글을 쓰는 시간보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이 훨씬 길다. 다만, 주변에서 들리는 모든 소음을 극 중 캐릭터가 내뱉는 말소리로 옮겨써야 한다는 점이 기타 직업과 다른 점이다. 공중을 유영하는 언어를 백지 위에서 다뤄야 하기에 히스테릭 적이며 징크스가 많고 예민하다고도 알려져 있다. 수명단축적인 직업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겠다.

누군가의 심금을 울리고, 각광받는 창작물이 나오려면 자아를 일부 갈아 넣어야 한다. 소위 말하는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표현처럼, 작가든, 배우든, 주어진 역할에 눈물 한 방울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

▲(사진=DB)
▲(사진=DB)

김수영 시인은 먹고살기 위해 산문을 썼다. 다자이 오사무는 아쿠타가와상의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의 문턱에서 낙방했으며, 이상의 시는 당시 난해하다는 평에 의해 그 가치가 절감됐다. 현대 사회에서도 문인은 문인으로서의 대우를 충분히 받으면서 작가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을까? 있다면 그건 해리포터의 열차에 타고 있는 몇몇 사람들뿐, 결국 현실은 메소드적 창작을 후회하도록 만든다. 이렇게 본다면 한 사람의 생을 통째로 피 말리게 하는 것이 꿈일지도 모르겠다.

메소드연기로 주목받은 헐리우드 배우는 히스 레저, 알파치노, 다니엘 데이 루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메소드연기에는 미치지 못하나 메소드적 연기력을 떨치는 배우도 많다. 하비에르 바르뎀, 매튜 맥커너히, 줄리안 무어, 최근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싱크로율 120%를 보여준 라미 말렉 등 배우들은 캐릭터를 현실에서도 인형 탈처럼 썼다 벗었다 하는 경우가 있다. 배우 이외에도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제 작품을 직접 집필하고 편집하며, 영화의 주연 자리까지 도맡는다. 영화 한 편에 모든 재능을 통째로 쏟는 열의를 내보인다.

글이라는 건 누구나 타고 다니는 열차이지만, 아무나 문을 그리고, 기관사를 창조해낼 수 없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연출된 작품을 세밀하게 이해하고 제 것으로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일만 시간으로 부족하다. 십만 시간, 백만 시간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가며 메소드적 삶을 살아간다. 이토록 이해받기 어려운 직업들이 좀 더 많은 대중으로부터 사랑받기 바라는 염원, 열차에 올라탄 순간부터 관객과 창작자와의 메소드를 꿈꿔오며 지난 집필에 열과 성을 다해왔다. 작가와 배우, 그들의 직업관이 이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쉼 없이 메소드의 길을 달리고 또 달려야만 한다. 

임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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